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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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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날씨는 말 그대로 ‘느닷없는 봄’인 것 같았습니다. 햇살은 따스했고, 하늘은 여느 때보다 더 파랬던 것 같았습니다. 바람은 다소 쌀쌀했지만, 그래도 봄바람이라고, 견딜만 했습니다. 지긋이 올려본 하늘, 눈부신 햇빛에 이내 눈을 감게 된 직후인지 직전인지, 근처 옥외 전광판을 통해 슬픈 소식을 접했습니다.
   
일찍부터 천안함의 함미가 인양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종 장병들이 시신으로 돌아오리란 건 잊고 있었는지, 잊고 싶었는지…. ‘결국 그리 되었구나, 안타깝게 그리 되었구나’, 가슴 깊숙이 담아두었던 게 툭하고 올라와 눈물이 고이고, 코끝이 찡해져서 얼른 자리를 피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는 갈 길을 재촉했습니다.   

그리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살아서 돌아오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바다 속은 얼음장처럼 차디찼을 테니,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인데 왜 그랬을까요.

수면 위로 끌어올려진 천안함 <사진출처 : 한겨레21>

희망이란 게 그렇습니다.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는 더욱 커지는 게 희망인지라, 끝까지 기적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구조 활동을 중지해 달라 요청했던 실종자 가족 분들은 더욱 그러셨겠지요. 어느 한 분도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으셨을 테지요.

천안함이 침몰된 후부터 우리 모두가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 침묵과 아픔의 시간을 공유하면서, 실종된 승조원 모두는 온 국민의 아들이고, 아버지고, 형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들 아파하고 계시나 봅니다. 말씀은 없이 한 숨만 내쉬는 분들이 제 주변에도 많습니다. 안타까우니 그러시지요. 또, 답답해서 그러실 것입니다.

지난 20일 동안, 실종된 후배들을 살리려다 순직한 분도 있었고, 차디찬 시신으로 돌아온 가족을(아버지를, 남편을, 아들을) 봐야했던 분들도 계십니다.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살아서 더 아픈 승조원들이 있었고, 그리고 아직 여덟 명, 아직 발견되지 못하고 저 바다 깊은 곳 어딘가에서 지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승조원들도 있습니다.

이런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젊고 어린 장병들의 죽음이 명예로울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뿐입니다. 훈장이나 특진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8명을 포함해 46명 승조원들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은 진실을 가려내는 일이어야 하며, 이를 통해 두 번 다시 이 땅에 같은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추모의 글을 작성하며, 창밖을 보니 햇살은 어제처럼 따스하고, 하늘은 여느 때보다 더 푸릅니다. 하지만, 그 파란 하늘을 마주 대하기가 부끄럽습니다. 어제도 그랬나 봅니다. 분명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감은 것인데 사실은 미안해서 부끄러워서 눈을 감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속에는 소리칠 말도, 그 말을 들려 줄 대상도 있지만, 잠시 참겠습니다. 하지만, 온전한 결과발표가 나오면, 아니 종합적인 발표만 나오더라도 분명한 사실 관계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은 그것만 약속드리겠습니다.

돌아온,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 장병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4월 16일, 원혜영 올림
 

 ◇갑판  ◇병기  ◇사통
 하사 차균석 (제주 서귀포)
 병장 이용상 (경기 고양)
 병장 이재민 (경남 진주)
 일병 김선호 (충남 천안
 중사 박석원 (충남 천안)
 하사 이상준 (부산 강서)
 병장 이상민 (전남 순천)
 상사 남기훈 (충북 청주) 
 하사 조진영 (부산 부산진)
 ◇유도  ◇음탐  ◇보수
 중사 안경환 (경북 예천  중사 김경수 (충남 서천)  중사 박경수 (경기 수원)
 하사 박성균 (경남 창원)
 일병 조지훈 (서울 금천)
 이병 장철희 (서울 노원)
 ◇내기  ◇내연  ◇전기
 중사 김태석 (경기 성남)
 중사 김종헌 (경남 양상)
 하사 임재엽 (대전 동구)
 하사 조정규 (경남 창원)
 하사 장진선 (강원 동해)
 일병 강태민 (인천 부평)
 중사 정종율 (전남 곡성)
 하사 서승원 (인천 계양)
 하사 서대호 (경남 의령)
 병장 이상민 (충남 공주)
 상병 김선명 (경북 성주)
 상병 박정훈 (경기)
 상사 최한권 (충남 홍성)
 중사 신선준 (울산 남구)
 하사 심영빈 (강원 동해)
 하사 박보람 (경기 평택)
 하사 김동진 (부산 사하)
 이병 정태준 (부산 사상)
 ◇전탐  ◇통신  ◇전자
 원사 이창기 (경기 양평)  하사 문영욱 (경북 고령)  중사 문규석 (전남 구례)
 ◇전자전  ◇음탐  ◇보급
 상병 정범구 (경기)  하사 손수민 (울산 중구)  중사 강준 (전남 고흥)
 ◇행정  ◇의무  ◇조리(이발)
 중사 민평기 (충남 부여)  중사 최정환 (충북 충주)  하사 방일민 (서울 강남)
 병장 이상희 (서울 금천)
 병장 강현구 (서울 서대문)
 일병 나현민 (서울 마포)
 상병 안동엽 (서울 중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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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이정국 천안함 실종자 가족 대표는,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현상으로 볼 때는, 죄송합니다만 전 대한민국을 믿을 수 없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어떤 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보이는 작은 사고라도, 알고보면 몇가지 작은 실수들이 중첩되어 발생한 것을 우리는 쉽게 보게 됩니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지금 언론에서는 온갖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고, 일부는 억지로라도 북한과 연계시키려는 시도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군 당국과 정부는 당황하며, 그때그때 성난 파도처럼 밀어닥치고 있는 국민과 실종자 가족들의 질문에 겨우 변명이나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출처 : 노컷뉴스>

물론 저 역시 천안함 침몰이 어떤 이유 때문에 일어났는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하나의 이유를 들이대며 바로 이것때문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 여러분, 그리고 실종자 가족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몇 명이고, 실종자 가족들도 많은 분들이 해군 관계자인데 어찌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왜 이정국 대표는 이런 말을 꺼냈을 까요.
그리고 왜 군과 정부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것일까요.
유감스럽지만, 이런 불신은 군과 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보 독점의 함정에 새겨진 역설

'정보 집착증'이란 말이 있습니다. 미 해군사관학교 국가 안보 전략 교수인 자카리 쇼어의 책, '생각의 함정'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이 책에서 자카리 쇼어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드는 7가지 함정을 지적하며, 그 중 하나로 '정보 집착증'을 제시합니다. '정보 집착증'은 자신만이 어떤 정보를 독점하려고 하다가, 그로 인해 오히려 판단 실수를 일으키게 되는 행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1년 미국 9.11 테러 당시, FBI와 CIA 간에 비행기 납치에 대한 정보가 전혀 교류되지 않았음이 발견되어, 결국 당시 부시 미 대통령은 정보 독점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정보관리국(DNI)을 새로 설치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정보 독점은 정부 조직이나 군, 대기업 같은 복잡한 관료 조직에 흔히 나타나는 행태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의 중심에는 '어떤 정보가 알려지게 되면, 내 입장이 난처하고 위태로워 질 것'이란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정보를 자신이 알고 컨트롤 할 수 있어야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이런 정보집착증의 주된 요인이라는 말입니다. 그동안 군 당국이 보여줬던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나요?  

물론 어떤 정보는 감춰둬야할 필요도 있으며, 어떤 정보는 공유하는 것이 더 경솔한 일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집착증에 빠진 사람들이 모르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 독점 시도에서, 상황은 정보독점자가 바라던 것과 항상 반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대부분의 정보독점자는 그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불신과 불만을 자아내고, 그로 인해 오히려 비난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정보 독점자는, 자신의 정보 독점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빌릴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우리는, 자카리 쇼어가 지적했던 것과 똑같은 함정에 우리 군과 정부가 빠져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이 빠져든 정보 독점의 함정

그동안 우리는 군 당국이 내놓은 설명이 계속 뒤집어 지는 것을 봐왔습니다. 

사건 발생 시간이 앞당겨지고, 앞당겨지고, 또 앞당겨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없다던 동영상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초기에 대응을 잘했다는 장교가 정말 초기 대응을 잘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침몰한지 3일이 될 때까지 침몰 이유도 위치도 알 수 없다는, 뭐든 공개할 수 없다는 발표만 보고 있었습니다. 예전 서해교전때와는 다르게 구출된 장병들과 인터뷰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니 당연히 추측성 보도가 나오고 국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공개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분명하게하고, 어느 부분까지 받아들이고 어디까지는 안되는 지를 분명이 했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또한, 자신들에게 어떤 부족한 점이 있는 지를 인지하고, 그 부분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 지를 분명하게 했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 그럴 정도로 깨어있는 생각을 가진 군 수뇌부가 있었더라면 실종자 가족들이 이렇게 분노할 일도, 표출된 분노에 5분 대기조가 출동하여 총을 겨누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결국 지금 군과 정부는 자신들이 했던 말을 수차례 번복하고, 그때문에 잃은 신뢰로 인해 스스로 군사 기밀이라 말하는 부분까지 다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버렸습니다. 모든 정보를 통제해서 상황을 유리하게 이해 시키려던 욕심이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킨 셈입니다. 그 와중에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인양될 천안함의 잘린 단면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얘기까지 했습니다. 또 추측성 보도가 나오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 그렇지만, 군이 국민에게 신뢰를 되찾으려면, 스스로 어떤 잘못을 했는 지를 먼저 깨닫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니 군과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열린 자세로 조사에 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나라를 믿고 사랑하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다면 말입니다. 지금 실종자 가족들은 눈앞에 닥친 현실을 인정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스스로 이번 사건에 얽힌 의혹과 진실을 정리해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이건 실종자 가족들이 아니라 당연히 군과 정부에서 해야만 하고, 제대로 하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천안함 실종 장병들의 희생이 명예로워지기 위해서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정국 대표는 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제 희생은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이든 감정적이든 어쩔 수 없는 희생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바라는 마지막 것은, 억울한 희생이 아니라,
명예로운 희생일 수 있도록, 진실을 밝히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명예로운 희생이 되려면, 이번 사건에서 보여진 모든 치부가 낱낱이 밝혀져서,
저희, 희생된 장병 여러분들로 인해서,
조금 더 나아지는 대한민국, 조금 더 나아지는 해군이 되는 것이,
이들을 명예롭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요.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실종자 가족분들을 돕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그 일을 하겠습니다. 정쟁에 묻히지 않고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이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천안함 46 장병들의 희생이, 결코 억울한 희생이 아닌, 명예로운 희생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 희생하신 여러분들의 목숨값에 부끄럽지 않게, 꼭,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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