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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상토론의 두 얼굴

 -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

 

 

베일에 쌓여 있는 국정원예산에 대해 국회의 견제가 강화되어야 한다야당 대표 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이 베일에 쌓여 있는 국정원 예산이란 바로 특수활동비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우리 야당이 이 특수활동비에 대한 제도개선을 주장하고 나서자 새누리당은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 주장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하려고 했습니다. 종북인 거죠.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은 왜 필요한가!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 코너 중에 민상토론이라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민생토론같지만 개그맨 유민상 씨의 이름을 따서 재치 있게 지은 이름입니다. 이 코너의 사회자는 유민상 씨를 향해 끊임없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던집니다. 답변해야 하는 유민상 씨는 울상이 되어 코너에 몰립니다. ‘왜 그런 걸 일개 개그맨인 내게 묻느냐면서 항변을 하면 사회자는 또 그 말꼬리를 물어 정치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유민상 씨는 거의 기절 직전에 이릅니다. 그러면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집니다. 물론 저도 웃습니다. 하지만 이내 씁쓸함이 몰려옵니다.

 

어째서, ! 개그맨이 정치에 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이런 합리적인 의구심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라면 민상토론은 전혀 웃긴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아마도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정상적으로 보장받는 선진국가의 시민들이 이 코너를 봤다면 도대체 저게 왜 웃기냐고 반문했을지 모릅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을 못하고 두려워하느냐며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민상토론을 보며 웃는 사람들은 연예인이 정치에 관해 말하는 것이 곧 공포이어야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 현실에 어느덧 익숙해진 사람들입니다. 겉으로 웃고 있어도 그 웃음의 이면에는 씁쓸함이 있습니다. 반면 민상토론을 마냥 유쾌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개인의 자유와 의사표현을 억죄는 공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공포를 기반으로 한 억압적인 통치, 그것을 통한 권력의 향유가 즐거운 사람들일 것입니다.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주어지는 특수활동비인데 그 돈으로 간첩을 조작한 의혹도 있고, 선거에서 여론을 조작하느라 댓글부대 월급을 준 흔적도 있고,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찰을 통해 공포통치의 기반을 만드는데 쓰여진 의혹도 있다면 이 특수활동비를 그대로 두어야 하겠습니까? 아무런 감시와 견제가 없는 상황에서 종종 범죄자금이 되어 버리는 이 돈을 그대로 묵인하고 눈 감아야 합니까? 이 돈이 민상토론을 보며 웃음을 웃게 만드는 비정상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쓰이고 있다면 당연히 통제를 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공포스런 일상이 웃음의 소재가 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닙니다.

특수활동비는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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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풀무원’. 1981년에 태어났습니다. 두부와 면 제품을 주로 만듭니다. 저를 만든 분은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4선·경기 부천오정) 의원입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농법이 생소하던 때 저를 만드셨죠. 하지만 저는 86년부터 남승우(63) 현 풀무원 총괄사장 밑에서 자라야 했습니다. 원 의원께서 제가 여섯 살이던 86년에 저를 버리셨기 때문이죠. 정치에 큰 뜻을 품으셨다나요. 92년 총선에서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98년엔 부천시장도 하시고, 17대~19대 내리 국회의원을 하신, 성공한 정치인이 되셨죠. 그런 원 의원이 96년 장학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남은 제 지분을 다 처분하는 바람에 이후부턴 뵌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는 아무 상관없는 의사들에게 난데없는 봉변을 당했습니다. 원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오해의 발단이었습니다. 지난 15일 원 의원은 정갑윤 국회부의장 등 국회의원 10명과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냈더랍니다. ‘의사가 성범죄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 면허를 박탈해 영원히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답니다. 최근 일부 의사가 마취 상태의 환자를 성추행한 사건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자 “처벌이 과도하다”며 의사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20일 “원혜영 의원의 법안은 악법”이라며 성명서를 냈습니다. “성범죄를 저질러 형을 받은 의사는 10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이미 규정돼 있는데 한 술 더 떴다”면서 “인기 영합을 위해 의사를 탄압하는 법안을 낸 국회의원들은 낙선운동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항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여기자를 성추행한 국회의원”, “골프장 여성 캐디를 성희롱한 정치인” 등을 거론하며 국회의원들의 아픈 곳을 꼭꼭 찌르기도 했더군요.

 

불똥은 제게도 튀었답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이지요. 노 전 회장은 “요즘 의사들 사이에 풀무원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원혜영 의원이 풀무원의 창업주이기 때문”이라고 엉뚱하게 저를 지목했지 뭡니까. 이 글엔 22일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더군요. 대부분 의사들이겠지요.

 

그런 의사들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성추행을 한 의사들은 의사 자격이 없는 말종 인간이다.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도 부합된다. 전문직 종사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무가 수반된다”는 글들을 여기저기 확산시켰습니다. 네티즌들은 의사들의 풀무원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유치하다. 성추행을 안 하면 될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제 몸값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습니다.(※풀무원 주가는 19일 주당 21만2500원에서 20일 23만9000원, 21일 24만4500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였다.)

 

의사들이 ‘풀무원 불매운동’을 벌이는 동안 트위터에선 ‘풀무원 구매 운동’이 있었거든요. “원 의원님 정말 좋은 법 발의하셨는데 꼭 통과되도록 노력해달라. 앞으론 풀무원 제품만 먹겠다. 비싸도 먹겠다”거나 “풀무원 불매운동 벌이는 의사들의 병원 이름 좀 알았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쇄도했습니다.

 

그런데 제 몸값이 달라진 건 불매운동이나, 구매운동과 별개입니다. 20년 전 미국에도 진출했고, 최근엔 중국 베이징과 충칭에도 진출했습니다. 이런 기대감에 제 몸값이 높아진 거겠죠. 사실 이런 해프닝이 제게 새로운 건 아닙니다. 2007년 대선 당시 원 의원이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자 제가 ‘문국현 수혜주’로 불리기도 했었죠. 그런데 거듭 말하지만 전 정치완 아무 상관이 없답니다. 이런 저 좀 내버려두시면 안 되나요.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기사 원문 바로가기: http://me2.do/x8MF3O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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