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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바보가 되어 주십시오

공유하기 사실 제가 인터넷 세상을 둘러볼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음'에 연재됐던 허영만 화백의 '꼴' 을 겨우 챙겨보는 수준입니다. 그나마도 지난 3월에 완결되어, 인터넷 서핑을 하는 재미가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뒤늦게 1년 전의 웹툰 한 편을 보게되었습니다. 정글고를 그린 김규삼 작가가,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는 만화였습니다.

김규삼 작가의 추모 웹툰

만화를 보고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명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이야기. 지난 일요일, 어렵사리 다시 열린 서울 광장에 가득 들어찬 시민 여러분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서울광장, 열리기까지 참 쉽지 않았지요?



전 그 광장에 평온하게 앉아계신 분들이 '깨어 있는 시민'으로 보였습니다. 아니, 그냥 깨어 있으신 분들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 민주주의의 기둥임을 알고, 기꺼이 그 기둥이 되겠노라 결심하신 분들이셨습니다. 어느 새 사람들 사이사이에서 메아리치고 있던 6월 2일 지방선거. 그 분들의 손에 들려있던 투표하겠습니다, 투표합시다-라고 외치던 메시지들. 어느덧 추모행사는 추모에서 그치지 않고, 투표독려를 위한 또 하나의 마당이 되었습니다.

(이상 이미지 출처 : 미디어오늘)

유감스럽지만, 큰 추세로 볼 때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을 단순히 국민의 정치 무관심 정도로만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란 민의를 정치에 반영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했고, 정치에서 희망을 보지 못한 유권자분들이 등돌리셨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에 등 돌리진 말아주십시오. 나쁜 정치인이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선량한 시민들이 뽑은 정치인이라고 합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없다면, 정치인은 머슴이 아니라 벼슬아치가 됩니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 위에서 내려다 보게 됩니다. 국민이 주주가 아니라 사원이 되고, 대통령이 사장 노릇을 하고 맙니다.

그제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붙어있던 '백욕이 불여일표'라는 말이 맞습니다. 투표는 누군가를 뽑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이 한 표의 '힘'을 가지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투표하는 사람들의 말은 정치인들이 무서워 합니다.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은, 말로는 잘 새겨듣겠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듣지 않는 것이 분명한 현실입니다. 부끄럽지만 분명한 현실입니다.

(이미지 출처 : twitter.com/5thBeatles)

6월 2일, 초여름이 향기로울 그 날 아침에 편히 쉬다 놀러 나가는 '똑똑이'보다 굳이 수고스럽게 투표소를 찾는 '바보'가 되어주십시오.
그 바보들이 더 많아질 때, 정치인들이 바보들을 무서워하고, 사람 사는 세상이 조금 더 가까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지방선거날에는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모두를 위한 '바보'가 되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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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방선거 지원에 나서느라 분주합니다.
민선 2, 3기 시장일 때는 부천시만 챙기면 됐는데,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미약하나마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다녀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절로 '시절이 하 수상하여'란 싯귀가 입가에 맴돌 지경입니다.

마흔여섯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은 북한의 어뢰라는 발표가 났습니다.
유럽의 경제위기로 한국증시가 요동칩니다.
서민을 위해 지었다는 보금자리 주택은 주변시세보다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었습니다.
정부여당은 의무교육의 한 부분인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도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식초청으로 온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국정원의 감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국민 대다수가 필요성에 동의하지도 않고 실시를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은 국회가 예산을 통과시키기 전부터 삽질을 시작했습니다.

정신 없이 지내다 문득 달력을 보니 5월말입니다.
벌써 이렇게 되었군요. 작년 5월, 대한문 앞에서 분통을 터뜨리던 게 엊그제만 같은데.

작년 5월, 저는 시민 분향소에서 상주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라'고 지시했지만 그건 그저 '말뿐'이었습니다.
행사를 치를 곳으로 시청 앞 광장을 내주지 않아 결국 한 발 물러서 행사장을 정동극장 앞으로 옮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행사에 쓰일 차량과 방송차량을 빼달라는 단순한 요구에도 경찰은 응해주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급한 저를 비롯해 몇몇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광장을 봉쇄한 차벽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습니다.
야당이라고는 해도 설마 국회의원들이 나서면 뭐라 대꾸라도 하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한 마디 대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거짓말로 둘러대도 좋으니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누구라도 나와서 상대라도 해주기를 바랐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위에 날은 더웠고 양복을 입은 등에 땀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전경버스 발판에 털썩 주저 앉아 기다리려니 행사물품은 내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물품은 내가라면서도 양초는 '시위도구'이니 가져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일이 이렇게 경찰의 허락까지 받아야 할 일이었는지...

참담한 기분이었습니다.

그 답답한 심정을 느낀 때가 벌써 1년 전이라고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던 '바보 노무현'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흘렀다고 합니다.
지난 1년동안 우리 사는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이었는가를 돌아보면 다시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이, 반성해야할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죠?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
대통령에게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시민들 앞에 무릎꿇고 반성하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더욱 바른 길을 고집하기 위해 기꺼이 '바보'가 되는 그런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반성하고 또 반성하겠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바보'들이 계시다면,
민주당이 제대로 반성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지혜와 힘을 보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모든 사진 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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