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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7일 한겨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너무나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앞부분이다. 존재가 내게 다가오는 순간은 내가 먼저 어떠한 ‘호칭’을 통해 그 대상에 의미를 부여했을 때다. 이름을 부름으로써 대상과 나 사이에는 비로소 관계가 시작된다. 호칭이나 명칭은 대상의 본질을 규정함으로써 관계의 성격을 정할 뿐 아니라 역으로 대상에 대한 나의 의식을 지배한다.우리나라 국가행정조직은 중앙행정기관과 그 하부 조직인 특별지방행정기관으로 구성된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은 “특정한 중앙행정기관에 소속되어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에 속하는 행정사무를 관장하는 국가의 지방행정기관”을 말한다. 전국에 5196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 가운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구지방환경청,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같이 명칭에 ‘지방’이 포함된 기관은 155개가 있다.왜 기관 명칭에 지방이란 단어가 들어갈까? 일상적으로 쓰는 이 지방이란 표현은 지역에서 스스로를 규정하는 용어가 아니다. 서울 중심적 관점에서, 중앙 우위 시각에서 지방이라고 규정하고 부른다.

 

명칭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이러한 명칭들은 서울 중심적, 중앙 우위 사고를 공고히 할 뿐 아니라 ‘지방’ 공무원과 ‘지방’ 행정기관을 자발적 역량을 지닌 주체가 아니라 중앙의 통제 아래 놓여 있는 객체로 전락시킨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라는 매우 이상한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방’ 이라는 명칭은 단순히 방위나 지역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앙집권적 위계질서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홍천지방국토관리청은 홍천군수의 지휘를 받는 기관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즉 중앙정부의 지휘를 받되, 다만 효율성을 위해 해당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행정기관 명칭을 통해 드러나는 중앙집권적 위계질서는 우리 공직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같은 직급 공무원이고 각자 고유의 일을 맡아 하고 있는데도 마치 당연한 듯이 공무원을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나눈다. 왜 굳이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눠야 할까? 공무원은 모두 시민에게 봉사하는 공복이라는 점에서 다 같은 존재 아닌가?은연중에 형성되어 우리 사회 골격을 이루는 이 권위적 위계구조를 바꿔야 한다. 30년 만의 역사적인 개헌을 앞두고 있는 지금 개헌의 매우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지방분권이다. 누군가는 아예 헌법에 못 박자 하고, 누군가는 법률로 유보하자 하고, 또 누군가는 시기상조라며 지금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시민들의 여론도 좋지 않다. 지방의회, 지방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커다란 난제다.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직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자치와 분권에 대한 의식은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것은 가야 할 길이다. 괜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보다는 쉬운 출발점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옛 질서를 함의하고 있는 행정기관의 명칭들부터 바꿔 보자. ‘부산지방검찰청’을 ‘부산검찰청’으로,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은 ‘여수해양수산청’으로, ‘충청지방우정청’은 ‘충청우정청’으로 말이다. 또 공무원은 국가와 지방이라는 불필요한 구분을 없애고 ‘공무원’으로 통일하자.그리고 바뀐 이름으로 그 대상들을 불러보자.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우리의 의식은 완전히 새로워질지도 모른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37761.html#csidxe182b9b2884389f87d430e84ae49a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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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일 조선일보

 

존엄사·작은장례식 등 예산없이 고령자 삶의 품격 높일 방안 많아
누군가는 관심 갖고 풀어나가야… 5선 원혜영 의원, 제도 정비 주도

 

얼마 전 암(癌) 말기 선고를 받은 일본의 한 기업 CEO가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는 이 행사에서 "인생을 충분히 즐겼고 사람 수명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건강할 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당사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사후(死後) 장례식은 아무리 화려해도 고인이 아닌 유가족 중심일 수밖에 없다. 죽은 다음에 조문하는 것보다 휠씬 의미 있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필자라면 어떻게 할까에 생각이 미치자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현재 700만명에서 7년 후인 2025년 1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우리도 고령사회의 새로운 풍속도, '내가 당사자라면 어떻게 할지' 고민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다. 생전 장례식 같은 일이야 개인 선택에 맡기면 그만이겠지만 제도 미비 때문에, 관례·체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들이 너무 많다.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일, 아픈 노인을 치료하고 간병하는 일, 고령자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런 일에는 지금도 기초연금, 건강보험, 노인 일자리 사업 등 형태로 수십조원을 투입하고 있고 앞으로 관련 예산은 급증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을 쏟아붓지 않고도 고령자 삶의 질을 높이고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도록 도울 수 있는 일도 많다. 대표적으로 존엄사 제도를 잘 정착시키면 환자는 무의미한 고통을 받지 않고 가족도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려면 건강할 때 심폐소생술 등 연명의료에 대한 의향을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해두면 본인이 바라는 형식대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치매 증가에 따라 후견(後見)제도를 더 늦기 전에 정비할 필요도 있다. 그러지 않으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경우처럼 가족 간 분쟁이 잦아질 수 있다. 유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유산 기부는 잘 정착시키면 고인도 뜻깊게 삶을 마무리하고, 사회는 큰 복지 재원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일들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이 도입 또는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존엄사와 후견제도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하다. 유산 기부도 유류분(상속인에게 일정 재산은 주게 하는 제도)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제법 된다.

누군가는 이런 문제들을 붙잡고 가닥을 잡아갈 필요가 있다. 5선의 민주당 중진인 원혜영 의원은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존엄사법 개선, 사전장례의향서 작성, 유산 기부 법제화, 쉬운 유언서 작성, 장기 기증 등 노령사회에 닥칠 문제들에 대해 인식을 개선하고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그의 관심사다. 그는 "돈 드는 복지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으니 나는 돈 안 들이면서도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원 의원은 이미 몇 가지 성과를 냈다. 올해 2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존엄사법을 최근 주도해 통과시켰고, 공익법인이 주식으로 기부를 받는 한도를 높이는 법안을 발의해 최종 성사시켰다.

고령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이런 노력은 눈길을 확 끌지도 못하고, 표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적 고민을 풀어가는 그의 활동은 신선하다. 초(超)고령화 시대 개막을 앞두고 새해에는 이런 정치인, 리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1/20180101015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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