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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용등급하락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만성 재정적자의 일본, 빚더미에 올라앉다.

1월 27일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등급 하락 조정하였습니다. 2002년 4월 이후 8년 9개월 만의 일입니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중 하나인 일본의 신용등급하락 소식에 전 세계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예견된 재앙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신용등급하락의 원인은 일본정부의 재정악화입니다. 일본의 누적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 총생산(GDP)의 200%에 이릅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셈입니다. 이러한 부채 비율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137%), 아일랜드(113%)보다도 높은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일본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지난 20여 년간의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경기부양책에 기인합니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실행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1992년 미와자와 내각 시절 경기종합대책부터 2000년까지 9차례에 걸쳐서 124조엔, 우리 돈으로 약 1670조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국가재정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부양에 실패하면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주요 선진국 중에 가장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던 일본의 국가 재정은 20년 만에 OECD회원국 중 최악의 상태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습니다. 올해 일본의 예산은 92조 4,116억 엔이지만 경기 침체로 세수는 40조9,000억 엔에 그칠 전망입니다. 나머지는 국채를 발행해서 메워야 할 실정이니 앞으로도 계속 일본의 나랏빚이 쉽게 줄어들 것 같지 않습니다. 경제에 있어서 우리보다 한두 발 앞서가던 이웃나라 일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최근의 우리나라 상황에 비추어보면 남의 일 같지만은 않게 느껴집니다.


토건 퍼주기, 감세와 저출산․노령화가 일본 재정위기의 원인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언론은 물론 우리 언론들도 재빠르게 그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들을 내놓았습니다. 국내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 재정파탄의 원인이 복지 퍼주기에 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일본 민주당 정부의 어린이 수당, 고교 무상화, 고속도로 무료화, 휘발유 잠정세율 폐지, 농가호별 소득보장 등의 복지 포퓰리즘 남발이 재정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과연 보수 언론의 이러한 분석이 타당할까요?

사실 민주당의 위와 같은 공약은 제대로 이행될 수도 없었습니다. 

위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연간 11조8,000억 엔의 재원을 새로이 마련해야 하지만 2010년 세출은 3조7,512억 엔, 2011년도에는 1,124억 엔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여 공약이 이행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아직 이행도 제대로 하지 않은 공약 때문에 재정위기가 왔다는 분석은 어불성설입니다. 즉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대로 ‘복지 퍼주기’가 일본 재정위기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 일본은 미국과 함께 선진국 가운데서 복지가 매우 취약한 나라입니다. 일본의 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 비율은 18.6%로 스웨덴(29.4%), 프랑스(29.2%), 독일(26.7%)등 유럽 선진국에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일본 재정위기의 진짜 원인은 자민당 시절의 공공사업 남발에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정부는 버블 붕괴 이후 1992년부터 2000년까지 9차례에 걸쳐 124조엔(약 1670조원)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을 사용했는데 이 중 대부분은 공공사업비로 쓰였습니다. 즉, 대부분이 도로건설 등 토목위주의 공공사업에 쓰인 것입니다. 나랏빚으로 ‘토건 퍼주기’를 한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세금으로 건설족의 배만 부르게 했을 뿐 경기를 부양시키지는 못했습니다.

토건 위주의 재정정책과 더불어 일본은 1994년, 1998년, 1999년 세 번에 걸쳐 감세 위주의 대대적인 세제개혁을 단행합니다. 이 세제개혁은 특히 소득에 대한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로 인해 매 년 수조 엔에 이르는 세수가 감소하게 됩니다. 이는 토건 위주의 무리한 재정지출과 더불어 일본의 재정을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일본 재정위기의 또 다른 원인은 저출산과 노령화입니다. 

오래된 저출산 문제로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세수가 감소했고,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연금 및 사회보험 지출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저출산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여 총인구마저 감소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노쇠한 일본은 경제적, 사회적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흡한 복지제도로 인해 미래를 불안해하는 일본인들은 정부의 어떤 경기부양책에도 지갑을 열지 않고 저축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MB정권


그런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동안 펼쳤던 정책들이 현 MB정권의 정책과 이상하리만큼 닮아있습니다. MB정권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명분으로 4대 강 사업 등의 토건사업에 임기 내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정부 예산만으로도 모자라 LH공사와 수자원공사 같은 공기업들을 무리한 토건사업에 동원하여 빚더미에 올라앉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공기업들의 부채들은 결국 훗날 정부의 재정으로 갚게 될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추는 감세정책까지도 똑같이 닮아있습니다. 정부․여당은 2008년부터 감세정책을 주장하여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낮추었습니다. 이로 인해 매년 수조 원의 세수가 감소한 것은 물론입니다. 

감세정책과 토건 사업에 수십 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을 동시에 실행하면서 MB정권 출범이후 한국의 국가부채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32.8%로 비교적 양호하여 아직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국가재정은 한 번 나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0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15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입니다. 일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저출산과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GDP대비 저출산 예산 비중은 0.4%에 불과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1980년 GDP의 2.4%에서 2007년 3.0%로 저출산 예산을 늘린 결과 1994년 1.66명까지 낮아졌던 합계 출산율이 2008년 2.01명으로 회복되었습니다. 그런데 MB정권은 막대한 예산을 4대강 사업에만 쏟아 부을 뿐 저출산과 노령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일본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대규모 토건, 감세정책이 아니라 복지가 경제에 활력을 가져온다.

일본의 재정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백합니다. 

경기부양효과도 없으며 국가의 재정위기만을 가져오는 대규모 토건사업과 감세정책을 즉각 폐기해야 합니다. 
과도한 토건사업 위주의 국가재정을 개혁하고 경제 정의에 부합하는 조세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여 나라 재정을 튼튼히 하고 우리의 미래인 사람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바로 복지입니다. 

복지에 대한 투자가 젊고 활력 있는 대한민국을 만듭니다. 보육과 교육 걱정이 없고, 안정된 일자리와 보금자리가 있어야 가정에서는 아이를 낳고, 젊은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대규모 토건과 감세정책 아니라 복지에 대한 투자가 대한민국 경제를 활력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히 마련되어 더욱 활력 있는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 투자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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