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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정권이 망하려고 작정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

“이건 권력의 만용이다. 권력을 쥔 자들이 아무 거나 막해도 자기들이 하면 모든 것이 합리화된다는 식의 오만에 빠졌기 때문에 벌어진 일”

지난 21일, 당황스러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습니다. 다름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데 이어 4선의 여당 중진이 남경필 의원의 부인까지 사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도를 넘는 정치 사찰이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발언 내용도 실은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그들도, 정치인으로 살고 있는 저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해선 놀랍고 두려운 맘이 드는 건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권력의 남용,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은 그 시작부터 충격적이었습니다. 포항 영일 지역 출신 인사들이 모여 특정 인맥을 형성하고 불법행위를 벌였다는 의혹에 사상 유례없는 총리실 압수수색까지…. 여당 관계자나 총리실 직원들보다 더 놀랐던 것도 참담해 했던 것도 우리 국민들이 아닐까합니다.



여당 중진인 남 의원의 부인이 사찰대상이었다는 사실에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이번 사안이 보이는 것 이상의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권 내 반대파의 목소리를 입막음하기 위해서도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그들이 야당의원들과 민간단체들에 대해선 얼마나 무자비한 사찰을 벌였을까-라는 것입니다. 넓게 보면 이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대응(또는 반응) 전부를 이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정부 발표에 의문을 갖고, 이에 대한 조사를 벌여 유엔한국대표부에 이메일 서한을 전달한 참여연대. 유엔의 협력 비정부기구(associated NGO)로서 상식적인 활동을 한 그들에게 ‘서한 발송은 이적행위’라고 비난하던 정부의 모습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닙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것도 그렇습니다. 지난 5월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집회 해산을 위해 무리한 폭력진압을 벌였고, 농림수산부는 단 한 사람의 주장만을 가지고 <PD수첩>을 고소하여 상당기간동안 곤욕을 치르게 만들었습니다. 국제 엠네스티가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하자 일개 인권단체가 건방지게 내정간섭을 한다는 폄하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방송계와 문화계를 들썩이게 했던 ‘좌파 딱지’ 논란은 정부와 직접적인 연결점을 갖고 있는(정부의 지시를 받을 수 있는) 단체들로부터 불거진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들 사례와 권력남용을 직접적으로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권력 남용이란 것이 어떤 특별한 행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권력자가 ‘다름’을 견디지 못하는, 그 내면에 소통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고수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권력자가 나와 다른 의견, 나와 다른 생각을 듣고 함께 생각해보는 자세를 갖지 못했다면 이는 치명적입니다. 이유야 간단합니다. 표현의 자유도 집회와 결사의 자유도 침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권력자의 힘이 미치는 사회를 어둡고 답답한 곳으로 몰고 갑니다.       

지난 5일, 권력 남용에 대해 이 대통령은 “어설픈 사람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 정부를 위한다고 명분을 내세우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예, 그 말이 맞습니다. 다만 이들 ‘어설픈 사람들’이 누군가를 모방하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신 적이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말하지 말라며 막무가내식 행동을 벌여온 MB정부의 일면이이런 식으로 들어났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느냐는 얘기입니다. 

양 손에 거머쥔 권력
누가 빌려준 것인지 잊었습니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남 의원의 부인이 사찰당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 일각에선 지난 2008년 4월 총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퇴진을 요구한 의원들에 대해 광범한 사찰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나라당내 정보통으로 불리는 한 수도권 의원은 "당 안에서는 '형님' 불출마와 2선후퇴를 요구한 의원들에 대한 뒷조사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심지어 정권의 실세로 불렸던 정두언 의원 주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답니다. 심지어는 여당 안에서 그동안 남경필 의원은 물론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이른바 '형님 퇴진'에 적극적인 의원들에 대한 뒷조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더군요.



뒷조사 대상으로 거론된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숨은 권력자 구실을 하는데 반대해 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얘기는 조금도 반갑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상득 의원과 관련한 의혹이 사실일 경우, 국가 권력을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일종의 보복)에 사용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때문이라도 분명하게, 명확하게 조사되어야 합니다. 민간인 사찰은 이인규 지원관 등 몇몇 실무자들의 방종 정도로 축소될 문제가 아닙니다. ‘윗선’과 ‘몸통’의 존재가 있는지 명확하게 규명되어 국민들의 의문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국가권력을 빌려준 임차인입니다. 정부는 임대인이지요. 권력은 5년에 걸쳐 청와대와 정부기관에 양도되었지만, 그 원천은 소유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지금껏 정부는 빌린 권력을 휘둘러 국민의 뜻을 꺾는 일을 수차례 반복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임대인이 멋대로 휘두른 권력을 본래 소유주가 다시 앗아갈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그런 과정의 하나가 바로 선거지요. 

꼭 선거가 아니더라도, 안 그래도 이 정권에 충분히 지쳤을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스스로 쥐어준 권력을 생각 없이 휘두르는 모습을 이제 그만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참조기사>

[서울신문] [사찰의혹 정치권 파문 확산] 與의원 가족까지 손뻗쳐? 여권내 권력투쟁 재점화?
 총리실 지원관실 남경필의원 부인 사찰의혹 사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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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집권당 중진까지 사찰한 ‘비선권력의 몸통’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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