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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도를 통해 '붉은악마'가 서울광장에서의 응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서울광장 응원에 참가할 경우 기업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평소에는 축구발전에 관심도 없으면서 월드컵 인기에 편승해 광고효과를 노리는 일부 기업에 이용당하는 꼴이 될 것으로 판단"해서라고 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처럼 시청 앞을 가득 채운 '붉은악마'의 모습을 이번엔 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붉은악마 단독으로 거리응원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서울시는 거리응원을 위해 신청하는 모든 단체에게 공공장소 전시권 구입, 대형 스크린 설치, 안전요원 배치 등을 하도록 제시하는데, 이 비용만 수억 원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거리 응원 장소가 변경된 것은 그런 이유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가 지난 해 모 기업과 '2010 세계디자인 수도 서울'에 대한 포괄적 홍보 협약을 체결하면서 서울광장 응원 후원사의 형식으로 광장 사용권을 함께 넘겨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원래 '붉은악마'가 검토했던 장소는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코엑스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광화문광장은 서울시가 불허했고, 서울광장은 해당 기업에서 "특정기업 브랜드가 연상될 수 있는 응원가는 광장에서 부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붉은악마'는 봉은사로를 선택하게 됩니다. 시민을 위해 개방됨이 마땅한 광화문 광장의 사용이 불허된 점은 둘째치더라도, 이번 응원을 둘러싸고 서울시가 보여준 태도는 마치 서울광장을 시청의 소유로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언제부터 서울 광장이, 권리금 받고 임대해주는 그런 사사로운 땅이 된 것일까요.

사실 '붉은악마'가 서울광장 응원을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때도 같은 기업의 컨소시움이 100억 원대의 지원과 '하이서울'에 3년 간 30억 원 추가지원을 약속하면서 서울광장 독점사용 계약을 맺어 '붉은악마'를 밀어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빗발치는 비난을 못 견뎌 모든 시민과 단체에 광장을 개방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말았지요.

이런 일이 또 다시 반복되자 정기현 '붉은악마' 서울지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2002년 전국을 뒤흔든 붉은 물결은 순수한 축구 팬과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이 이뤄낸 것이다. 그런 열정과 추억이 깃든 장소를 기업에 빼앗긴 꼴이 돼 너무나 씁쓸하다."

결국 한 기업의 무리한 요구, 그리고 서울광장을 자릿세 받고 팔아넘긴 서울시의 행위가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 된 셈입니다. 서울시라면 월드컵이 시민들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만약 이번에 서울시가 나서서 시민들의 활발하고 안전한 거리응원을 계획했다면 차라리 어땠을까요? 특정 기업에 돈 받고 응원할 수 있는 권리를 팔지 말고 말입니다.

예전에 제가 재직했던, 부천시청 앞에도 널찍한 잔디광장이 있습니다. 탁 트이고 누구나가 모일 수 있는 곳이라 예전에 부천시장 취임식을 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 광장은 봄철에는 복사꽃 예술제, 여름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로 매우 북적북적합니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청소년 미술대회, 백일장, 전국노래자랑, 한국노총 노동가족음악회 등 각종 행사에 사용됩니다. 애시당초 부천시는, 시청 앞 잔디광장뿐 아니라 시청로비도 중소기업 상설판매장과 무료 인터넷방, 그리고 각종 전시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부천에서도 가능했던 일이 서울에서 가능하지 못하리라 믿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3월 서울시민 10만 2741명의 서명을 모아 발의된 '서울광장 조례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오는 30일이면 사장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관련글 : 어떻게 만들어진 서울광장 조례안인데!) 서울시, 제발 마음을 좀 넓게 썼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주인은 서울시 지방정부가 아니라, 서울 시민이 아닐까요? 서울시 주인이 서울 시민이라면,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광장에서, 특정 기업 홍보에 이용될 필요없이, 맘 편하게 응원을 즐길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요?

새로 출범할 민선 5기의 서울시의회에서는 서울시민들의 열린 광장을 위한 외침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서울광장이 부천의 잔디광장처럼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한겨레 - 붉은악마 "서울광장 응원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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