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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을 알게된 것은 영화가 아니라 책이 먼저였습니다. 아마, 「녹천에는 똥이 많다」라는 소설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글에서 보여주는 지긋지긋한 리얼리즘 때문에, 먹먹한 마음으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이창동 감독이, 며칠 전 칸 영화제에서 영화 『시(詩)』로 각본상을 탔습니다. 마냥 기쁘고 축하할 만한 일입니다.

이젠 다들 아시겠지만, 영화 『시』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푸대접을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영진위가 주관한 마스터 영화 제작 지원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지요. 그때 고배를 마신 이유중 하나가 각본이었습니다. 한 심사위원은 시의 시나리오는 각본이 아니라 소설 같은 형식이라며 0점을 줬다지요? 그런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것을 보면, 아직 세상은 그리 불합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마스터 영화 제작 지원에 떨어진 영화 『시』

이창동 감독은 이미 『오아시스』, 『밀양』 등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감독입니다. 이런 경력을 가진 감독의 작품이 '마스터 영화 제작 지원'에  떨어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이유가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그 각본 때문이라니, 예전에 『시』의 지원 심사 탈락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이해가 됩니다.

사실 영진위는 조희문 영진위원장 취임 이후, 이런 논란을 숱하게 불러일으켰습니다. 조 위원장은 영화평론가 시절부터 유명한 보수 인사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 후보인 시절,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현 정권과 이른바 ‘코드’를 같이 하는 인사로 분류되었습니다. 조희문 영진위원장이 불러일으킨 논란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영진위의 불합리한 위탁 사업자 공모 절차와 선정,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대한 위협 등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이에 영화인과 문화예술인 등 이천 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영진위 정상화를 촉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조희문 위원장과 영진위는 반성해야

영진위는 분명히 공공기관입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란 뜻입니다. 공공기관이라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형평성 있게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영진위 지원사업에서 0점을 받아 탈락된 작품이 세계적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일부러 탈락 시킨 게 아니라면 심사위원에게 자격이 없다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작품을 보는 눈이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수상으로 인해, 영진위는 다시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영진위를 보면서,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앞날을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섭니다. 사실 한국은 공공기관이 영화 산업을 후원해주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지난 몇년간 영화 산업의 부흥은, 분명히 그런 지원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그런데 이제, 그 공공기관이 영화 산업의 발목을 잡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좋은 작품의 가치는 이제 세계가 알아보는 시대입니다.
부디 영진위가, 자신이 해야할 본분을 제대로 깨닫기 바랄 뿐입니다.

<참고>
국민일보 -영진위 심사서 0점 이창동 ‘시’, 칸에서 각본상 수상
내일신문 - 국내서 홀대받은 ‘시’ 칸에서 각본상 
씨네 21 - [포커스] 그들은 왜‘안티 영진위’의 깃발을 들었나
한겨레 - 영진위 새 위원장에 조희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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