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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10시, 경기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이하 선방위)가 주관하는 교육감 후보 TV토론회가 열립니다.

KBS가 생중계로 내보내는 이번 프로그램에는 김상곤 등 경기도 교육감 후보들이 빠짐없이 참석하여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벌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천 역시 경기도에 속해 있기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론회 준비 과정에서 조금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경기도 교육감 TV토론 주제로 발표된 9가지 의제에서 무상급식이 빠진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으며, 그로 인해 무상급식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아실 겁니다. 말 그대로 무상급식이 이슈로 발돋움한 진원지가 경기도입니다. 그래선지 선방위의 이번 처사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선방위는 토론회의 주제를 결정하기에 앞서 의제수집, 주제선정, 질문사항선정 등의 단계를 거칩니다. 의제수집 단계에서는 학계·언론계·법조계, 시민·경제·노동단체 등으로부터 의제를 추천받지만, 필요에 따라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의견도 수집합니다. 당연한 것이, 이래야 해당 지역 여론이 주목하는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제선정 단계에서는 의제분과 자문(전문)위원·소위원회가 여론조사 결과와 다양한 사회단체들로부터 추천받은 의제를 검토하여 주제선정안을 작성합니다. 그리고는 토론회 진행방식, 후보자의 수 등을 고려하여 토론회에 쓰일 주제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62.6%는 되고, 74.8%는 안 된다고?
 
이번 토론회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습니다. 경기도 선방위는 ‘도교육감 후보 토론회에서 반드시 설정돼야 할 의제’를 주제로 여론조사를 벌였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후보 보도자료>

예상하셨겠지만 무상급식은 의제선정 여론조사에서 74.8%에 달하는 도민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도민들의 지지율이 부족한 것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번 토론회 의제로 채택된 주제들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교육환경개선(지역간 학교시설 격차 해소)이며 79.6%를 기록했습니다. 이 둘은 수치적으론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교육환경개선은 토론 주제로 선정되었고 무상급식은 제외됐습니다.

 
더 희한한 것은 67.3%의 지지를 받은 교장공모제와 62.6%의 지지를 받은 고교평준화는 토론회 의제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토론회의 의제선정 기준은 도민의 관심과 그리 큰 연관이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경기도 선방위가 임의로 선정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입니다.

이에 대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후보 캠프에서는 지난 22일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선방위 전체 위원회의가 내린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금번 의제는 여론조사결과와 전문가조사, 언론 등에서 다루어진 다양한 주제 등을 토대로 수차례 소위원회와 전체위원회의 심도 있는 토의를 거친 바, 유권자들의 다양한 관심사항을 확인하고 후보자들이 최대한 공정한 방식으로 토론할 수 있도록 의제를 선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토론회 의제와 관련하여 특정 후보의 핵심공약이 의제에서 배제되었다는 지적에 대하여는「후보자 자유지정 개별질문 후 보충질문」시간(총25분, 후보자간 토론시간의 약 1/3)에서 해당 후보자가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고, 의제와 토론방식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토론의제를 변경하는 것은 토론회의 공정성과 후보자간 형평성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불가한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 위원회는 토론의제 선정과정에서 특정 후보자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절차와 내용에 하자가 없으므로 이미 결정된 의제대로 토론회를 진행하기로 의결하였습니다.

우리가 결정했으니 따라오라는 선방위

다시 말하면 이렇습니다. 의제는 우리가 결정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을 번복하는 것은 어렵다. 하고픈 말이 있다면 보충질문 시간에 해라-라는 말입니다. 이미 결정 내렸으니 그냥 따라오라는 말이죠. 너무 노골적이라서 허탈하기보다 차라리 웃음이 나옵니다.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을 무시하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인지 몰랐습니다.
 
선방위가 주관하는 토론회는 선거법상 모든 후보자가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런 만큼 사회자 선정은 물론 의제 선정에도 모든 후보가 적잖게 신경을 쓰기 마련입니다.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당연하겠지요.
 
   토론회 의제 선정 절차 <출처 :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그런 이유로 토론회에 나설 후보들 대부분은 아마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을 미리부터 준비했을 것입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데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경기도 교육감 후보들 중 상당수가 찬성하고 있어, 의제로 채택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고 여겼을 테니 말입니다. 이번 토론회에 나서서 그간 고심해 온 자기만의 무상급식 실현방법을 선보일 만반의 준비를 마쳤겠지요.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은 만큼, 무상급식을 어떻게 실현해낼 것인가는 분명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주요 토론 의제에서 배제한다니, 저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간 무상급식 의제를 주도해왔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후보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자유토론 시간에 이야기하면 된다고 말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선관위에서도 이렇게 편파적으로 의제를 결정하는 마당에, 다른 많은 후보들이 김상곤 후보를 상대로 그 의제를 다루려고 할까요? 피해가지 않겠습니까?
 
무상급식의 원조, 김상곤 재갈 물리기?
 
아이러니 한 것은 무상급식이 시도지사들의 TV토론회에서는 의제로 채택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교육감 후보들의 토론회에서는 무상급식을 거론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도 울산 교육감 선거 토론회에서 무상급식을 의제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네요.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후보 측은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은 다른 시도지사 후보의 TV토론회에서도 주제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무상급식 원조’인 김상곤 후보에게만 재갈을 물리고 있다. … 아무리 상식과 비상식이 뒤섞인 시대라 하더라도 정도는 있어야 한다.”
 
솔직히 이번 선거를 치루면서, 선관위의 선관위 답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를 신나게 보다가도 누가 봐도 어이없는 심판의 판결이 계속 이어지면, 관람하는 재미가 뚝 떨어집니다. 연이어 편파 판정을 내린 심판은 관객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지만, 실제로 무서운 것은 관람객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입니다. 관객들에게 외면당한 종목은 흥행에 참패합니다. 선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다채로운 선거 참여 운동을 벌이고 있는 선관위가 중립을 잊게 되면, 유권자도 점점 투표하지 않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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