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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때 시청, 청계천과 광화문 앞에는 많은 촛불들이 모여있었습니다. 광장에 가득찬 시민들의 외침, 아이의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오신 분들,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대통령이 아니라고- 소통할 줄 모르는 정부에 대해 소리 높이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에 대답 해야 할 사람들은 컨테이너 벽 뒤로 숨어 있었지요.

자유발언대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솔한 쇠고기 수입협상을 날카롭게 비판하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그런데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발언했다죠? 이 소식을 들으면서, 아직도 이 대통령은 왜 촛불집회가 시작됐는 지를 정말 모르고 있구나-라는 생각했습니다.


청와대 뒷산에 올랐던 것은 그저 쇼였던가?

우리 국민은 광우병에 걸릴 것이 무서워 촛불을 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몇백만 분의 1의 확률이더라도 광우병에 걸릴지 모르는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이, 다름아닌 우리 정부라는 사실에 촛불을 들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다는 의학적인 증거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확률이 높든 낮든 실제로 존재하는 위협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국민이 괴담에 선동당해 거리로 나온 것처럼 말하지 마십시오.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가 당연히 가져야할 검역주권을, 온전히 우리 정부가 갖기를 원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틀 전 이 대통령의 발언은, 당시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정부가 아닌 국민들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2년 전 청와대 뒷산에 올라 국민들을 편하게 모시지 못해 자책했다던 말은 그저 거짓 꾸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런 믿음은 더욱 분명해 집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행했던 무리한 폭력 진압을 비롯, 농림수산식품부는 단 한 사람의 주장만을 가지고 <PD수첩>을 고소하여 여러 달 곤욕을 치르게 했습니다. 국제 앰네스티가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하자 경찰은 '일개 인권단체'가 건방지게 내정간섭을 한다는 폄하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그 이후 민주주의 역행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건들은, 대체 우리가 21세기에 살고있는지를 의심하게 만들 지경이었습니다.


반성하지 못한 사람이 반성해야 한다

분명 촛불집회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아직 평가를 내리긴 이르지만, 나중에 이 사건은 분명 한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다고 기록될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지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판적으로 성찰할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의 소망과는 다르게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그들의 견해 가운데 거짓으로 판명된 것은 아직 없습니다. 애시당초 검역 안정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서로 다르게 잡고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지적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정말 반성해야할 사람들이 있긴 있구나-하는 것을 느낍니다. 바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는 지조차 모르고 있거나, 또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정부여당과 대통령입니다. 그렇게 이해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섣불리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것에 대한 반성조차 없는 정부가, 그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의 책임을, 온전히 국민들에게 떠넘기려는 것 같아 불쾌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말을, 이렇게 다시 돌려드리려고 합니다.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대통령의 참회가 진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믿어달라했던 정부와 여당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부디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실정을 남 탓으로 돌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촛불 탓하며 이 정부가 해결해야할 문제를, 4대강 파괴를, 세종시 문제를, 스폰서 검찰 문제를, 언론 장악 문제를 덮고 넘어갈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생각하듯 멍청한 국민이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무능력을 두 눈 뜨고 똑똑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참고>
한겨레 - MB 촛불발언이 ‘촛불’ 깨우나
경향 - “촛불민심 수용” “국정 쇄신” 외쳤던 한나라 …
미디어오늘 - 청와대-조선일보 '촛불 반성', 역풍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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