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으로
  • 즐겨찾기 추가
  • 시작페이지 등록
  • twitter
  • facebook
공유하기

지난 4일, 대한민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행복지수’에 대해 조사한 내용이 발표되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국 중 꼴찌라고 합니다. 다들 어렴풋이 짐작하고 계셨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눈으로 확인하니 조금 씁쓸합니다. 올해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고, 작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꼴지였다고 합니다.

이 조사는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방정환재단이 공동으로 조사하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유니세프가 지난 2006년 발표한 연구 자료와 비교해 얻은 것입니다. ‘삶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중 53.9%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 둘 중 하나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이는 만족도가 가장 높은 네덜란드(94.2%)에 비해 절반 수준이며, OECD평균과 비교해도 30% 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입니다. 심지어 작년(55.4%)보다도 떨어졌습니다.

물론 이런 행복지수가 행복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기준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이번 조사에는 고교생들까지 포함돼 있으므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이들의 부정적인 답변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번 조사 결과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실 분은 안계실것 같습니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을, 우리 두 눈으로 매일같이 보고 있으니까요.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요?

우리나라 아이들은 왜 불행하다고 생각할까

이에 대해 작년에 한국사회학회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주최로 열린 ‘행복사회와 문화정책 방향’에 대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 청소년 행복을 6가지 영역(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관계, 건강, 주관적 행복)에서 국제비교해 조사한 결과, 국내 어린이·청소년이 ’주관적 행복‘ 영역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 평상시 국내 어린이 청소년은 교우관계나 학교생활에서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평상시 무척 외로움을 느끼며 삶에 제대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 ‘교육성취’, ‘보건과 안전’ 영역에서는 최상위권에 속한 반면 ‘주관적 행복함’ 부문에서는 최하위”

참고기사 :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지수 '극히 낮다'

다시 말해 객관적인 상황은 부족함이 없지만, 아이들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분명히 아이들은 예전에 비하면 훨씬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밥을 굶거나 잘 곳이 없는 아이들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학대받는 아이들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백화점과 할인마트에서 준비한 어린이날 선물셋트 매장에선 고가의 장난감과 게임기, 인형들이 아쉽지 않게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소아 비만과 소아 성인병이란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 그런데 왜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할까요?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고 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들은 어른들을 괴롭히는 것들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지나친 경쟁을 강요하는 사람들, 성공을 위해선 어떤 수단을 써도 괜찮다는 사람들, 결과 위주로만 평가하는 사람들, 누군가가 가진 마음의 소리보다 겉치레 포장에 더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그런 세상에 둘러쌓여 마음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정말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하여

슈테판 클라인은 '행복의 공식'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감'은 분명히 뇌의 어떤 만족스러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런 행복감은 혼자서는 얻을 수가 없다고. 아무리 많은 돈을 얻어도, 아무리 좋은 집과 차가 있어도 혼자서 행복해질 수는 없습니다. 지난 수십년간의 행복에 대한 연구들이 내린 결론은 거의 비슷합니다. 일정한 경제 수준에 이르기까지 경제력은 삶의 만족도에 비례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찾은 사회에선, 삶의 수준은 결코 삶에 대한 심리적 만족도와 비례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날, 한 편에서는 실종아동을 애타게 찾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진출처 : 노컷뉴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에게, 더 좋은 집, 더 좋은 옷,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친구, 더 좋은 선생님, 더 좋은 장난감, 더 맛있는 음식을  주면 아이들이 행복해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분명한 하나의 인격체이며, 한 명의 인간입니다. 어떤 조건이 채워졌다고 행복해지진 않습니다. 애시당초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란 말을 만든 이유를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만큼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어린이란 말을 새로 만드셨던 그 뜻을.

...그리고 사람은 함께할 때에만, 마음 맡길 친구와 가족이 있을 때만,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많은 아이들은 선물을 받겠지요.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곳에 나들이를 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누려야 할 행복은, 특별한 날에만 받을 수 있는 선물이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또 특정한 몇몇만 가질 수 있는 한정 상품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지나친 경쟁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것이 바로 어른들이 만들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 마음껏 뛰어놀아도 내일 걱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옆자리 내 짝꿍, 내 친구를 경쟁 상대로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 급식비를 내지 못해 선생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 푸른 강과 모래밭, 갯벌에서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언제가는 꼭, 그런 선물을 넘겨줄 날을 상상해 봅니다.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365일 어린이날처럼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오늘 하루쯤은 그런 몽상도, 괜찮겠지요?


« Previous : 1 : ··· : 375 : 376 : 377 : 378 : 379 : 380 : 381 : 382 : 383 : ··· : 525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