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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1. 청년 실업 대책, 정부는 왜 뻥카만 날리는가
2. 청년실업, 눈높이 낮추라 말고 해결책을 내놓으라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의 멘트들 중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낮추지 말고 맞춰라.”라는 것인데요. 이는 당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패널 청년고용과 관련하여, “눈높이를 맞춰 중소기업에 가라고 할 게 아니라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한 데 따른 답변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머니투데이>
 
“낮추라”, “맞추라”고 할 일이 아니다
 
결국 그 ‘맞추라’는 표현은 다소 애매모호 하지만, 중소기업에 맞게 마인드 셋(의식개조)을 하라는 의미 같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이 아니며 청년고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당시 패널이 원한 것은 분명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었습니다. 청년고용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그게 궁금했던 것입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라디오 연설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청년 취업문제는 청년들이 패기를 갖고 창업에 도전하고 중소기업이나 일자리에 더 많이 도전하는 것이 해법이랍니다. 고학력 무취업자들이 늘어나는데 반해,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난을 호소하니 낮추기든 맞추기든 일단은 구직에 나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달 열린 제3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도 그는 동일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갑니다. 

문제는 청년고용과 관련하여 수차례 반복된 이 대통령의 발언 어디에서도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땅한 정책계획은 내놓지 못하면서 문제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청년들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며 지침만 주고 있습니다.

들어가라는 말 말고
들어가고 싶도록 만들 순 없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으로 중소기업으로 구직활동을 하라고 제안한 것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고학력 실업자들은 계속 늘어나지만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끝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이란 청년 실업자들에게 중소기업 입사를 권고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문제는 우리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들어가기를 꺼린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두고 정부는 ‘높은 눈높이’ 때문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 때문일까요? 
 
일자리 질만 놓고 볼 때 현재 중소기업들 중 상당수가 대기업에 비해 지극히 열악한 수준입니다. 이에 대하여 지난 14일자 경향신문 기사 이런데 中企에 가라고를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및 근로시간 격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인천대 옥우석 교수(무역학과)가 노동부의 매월노동통계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대기업과의 임금차는 꽤 많이 벌어졌습니다. 2007년 기준으로 근로자 수 5~9명인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52.3% 수준이었고, 10~29명 기업은 62.3%, 30~99명 기업도 68.8%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반면 근로시간은 더 늘고 있습니다.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을 100으로 가정할 때, 30~99명 중소기업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지난 93년 97.9%에서 2007년 106.6%로 늘어났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일하는데도 급여는 적으니, 우리 청년들이 입사를 꺼려할 만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무작정 청년들에게 중소기업 입사를 요구할 게 아니라, 우선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중소기업을 양질의 일자리로 끌어올린 후에도 청년들이 입사를 꺼려한다면, 그 때에는 정부의 ‘눈높이 구직론’이 나서도 문제가 없습니다. 

국내 고용비중의 88%는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12%에 불과합니다. 중소기업을 고임금 고효율의 일자리로 체질개선 하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사진출처: 뉴시스>

막대한 이익 누린 대기업, 고용은 나 몰라라

 
청년고용 문제를 중소기업에 한정지어 볼 수는 없습니다. 기업 이익이 고용창출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를 통해 창출된 기업의 이익은 1차적으로 고용을 통해 사회에 환원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기업 이익이 가계의 소득으로 옮겨가고, 가계의 소득이 다시 기업의 이윤으로 돌아가면서 올바른 순환 구조를 갖게 됩니다. 이럴 때 사회는 경제적으로 건강해집니다. 하지만 우리네 대기업들은 이런 순환구조를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이익과 고용창출을 별개로 보고 있나 봅니다. 
 
금속노조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의 매출액은 2006~2008년 평균치보다 26.6% 늘어난 476조455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대기업 친화정책이 낳은 산물입니다. 그에 반해 같은 기간 가계의 부채는 늘었고 저축은 줄었습니다. 이유야 간단합니다. 가계로 들어가야 할 자금이 돌지 못하고 한군데서 멈춰버렸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재계 순위 2위인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당기순이익 1억원당 노동자 수가 2006년 3.52명에서 지난해 말 1.79명으로 급감했으며, 재계 순위 1위인 삼성그룹 역시 당기순이익 1억원당 노동자 수가 2007년 1.64명에서 지난해 1.16명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대해 별 말이 없습니다. 몇 차례 기업인들을 모아두고 신규채용에 나서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 관리 감독은 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난 7일, 한국노사관계학회, 한국노동경제학회, 한국노동법학회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가 명확해집니다.

이날 발표에 나선 한국노동연구원의 안주엽, 이성희 연구위원은 국민 1000명과 노사정 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의식조사 분석결과, ‘국민들과 전문가 모두 일자리 창출의 방향으로 중소기업과 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 : 프레시안 <"청년실업이 눈높이 때문? 전문가 75% "아니다">

특히, 일자리 창출 대책 중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가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 규제를 통해 하청업체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선택했답니다. 이는 정부가 대기업 친화정책만 고수할 게 아니라, 청년고용을 위해, 정확히는 실업대책을 위해 대기업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전
문가들 중 48%, 국민들 중 45.3%가 “세제 혜택 등 중소기업 고용 증대를 위한 지원”을 꼽았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사진출처 : 뉴시스>

자,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습니다.
이제는 맞추라, 낮추라 말만 하지 말고,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를 직접 규제하여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십시오. 더는 말장난 마시고 이것을 하시면 됩니다. 앞에서는 일자리 만드는 정부 운운하면서 뒤로는 예산을 줄이는 파렴치한 행동은 그만 하시고, 우리 국민들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요구를 들어주시라는 말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그거면 됩니다. 일자리를 만들거나 실업난 대책을 마련하거나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민이 바라고 전문가가 검증한 것들을 고려하여 정책을 세우고 이행하면 충분합니다.

청년들에게 눈높이 구직, 더는 강요마라
 
덧붙여 한 말씀을 더 드립니다. 4대강 사업 등 대형 토목공사를 추진하면서 자꾸만 일자리 창출을 거론하는 것이 저는 불편합니다.

정부가 일용직 일자리도 ‘일자리’라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직업 선택시, 여러 가지 가치는 치워두고 오직 ‘생활 수단’만 고려하라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업을 통해 개인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은 싸그리 무시한 것입니다. 때문에 일자리 수십, 수백만 개 창출이 가능하다며 선전하는 정부의 목소리가 저에겐 너무도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청년들에게 무작정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또한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라는 말입니다. 이게 과연 우리 사회의 미래이자 심장같은 청년들을 향해 할 말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년들의 눈높이가 문제라면 대책도 청년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방안이 우선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은 정책은 없이 일자리의 질과 업무의 보람 같은 건 상관 말고 일단은 살아야 하니 일하라고만 합니다. 전쟁 직후에나 통용됐을 법한 얘기를 21세기에 다시 꺼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귀 막고 눈 가리더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도 잊으셨습니까?
 
앞으로 정부는 국민에게, 특히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지 말길 바랍니다. 그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정부의 방관으로 만들어진 현실에 순응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결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이 아님을 정부와 이 대통령은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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