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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인터뷰 전문 2009.2.9]

[재격돌 2월 국회, 여야 대표에 듣는다] “쟁점법안 합의문대로만 하면 충돌 없을 것”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합의문이 벌써 휴지쪽인 양 말하는 태도부터 문제
제대로 설득했다면 싸잡아 ‘악법’이라 안 했을 것”
 
▲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월 22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이 국회폭력에 대해 냉혹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2월 국회에서 그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여야 합의문을 정부나 여당에서 벌써부터 휴지쪽인 양 말하는 태도가 문제”라며 쟁점법안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얼어붙고 있다. 국민들이 생존의 최전선에서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느끼고 있는가. “직접 보고 듣는 얘기와 미디어를 통해서 보는게 그대로 일치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일자리 창출을 경제 살리기의 핵심적 과제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일자리 창출이 제일 중요하면 정부와 여야가 그 인식에 합의하고 거기에 맞춰 정책과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 국민들은 국회의원들만 생존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 것 같다.”

야당이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느끼겠는가. “느끼기 어려울 수 있겠다. 그게 참 안타깝다. 오바마 취임을 보면서도 부러움과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한국 정치는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모으는 게 아니라 갈등과 반목이 증폭되는 과정이었다.”

원 대표는 여기서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청와대 영수회담이 결실을 보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얘기했다.

“경제위기가 본격적으로 노정되기 훨씬 전에 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여야 영수회담에서 얘기가 됐다. 하지만 그 뒤에 여야 협력을 실질화하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역시 국정을 주도하는 여당, 특히 대통령의 지도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우선 순위를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지난날 권위주의 정부 시절 소수 야당은 표결에서 지고 민심에서 이기는 전략을 택했다. 그런데 이번에 야당은 민주주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조차 무시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번 용산참사를 보면서 걱정이 더 커졌다. 국회에서 예산이나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이나 철거민 사태를 해결하는 문제는 똑같은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대화와 타협과 협상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로서 황당했던 게 경제 위기 초기에 벌어진 추가경정 예산안 통과 때였다. 당시 ‘추석 이전에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는 통보를 홍준표 대표로부터 받았다. 그리고 ‘12월 18일까지 통과시키겠다. 이건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통보도 있었다. 이런 태도의 마지막 결정판이 ‘12월 30일까지 이른바 MB악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속도전만 벌이는 상황이 파국을 불러왔다고 본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든 한·미 FTA 법안 상정조차 반대하지 않았나. “한나라당도 17대 국회 때 우리가 만든 사학법에 대해 1년간 상정조차 반대했다.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그게 여야의 관행이 돼 버렸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회에서 여야가 교체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그렇게 하지 말자는 건 게임의 룰이 아니다. 여당이 근본적으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다 보니 우리로서도 무리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원 대표는 여러 자리에서 지난 임시국회서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보여준 폭력도 국민이 지지한다고 보는가. “국민은 냉정하고 현명하다. 폭력에 대해선 냉혹하게 비판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미자유무역협정 날치기 상정, 85개 법안을 밀어붙인 것에 대해 80% 이상의 국민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리적인 충돌이나 장기 농성사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게 잘못되었다는 여론이 커져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을 포기하고 박근혜라는 중요한 정치지도자가 법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한 것 아닌가.”

민노당 강기갑 의원, 민주당 문학진 의원 등의 폭력 행사에 대한 여론이 특히 좋지 않다. 이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강기갑 의원이나, 넓게 보면 문학진 의원의 문제는 집권당이 소수 세력을 배려하지 않고 다수의 힘과 물리력을 동원해 힘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대통령과 원내대표가 직접 속도전, 전면전 같은 용어들을 쓰지 않았나. 그런 상황에서 저항이 극한 방법으로 나온 것이다.”

원 대표는 문학진 의원이 물리력을 동원한 것은 자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진 의원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문을 해머로 연 것은 (한나라당이) 헌법과 국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입법 심의권과 회의 출석권을 거부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래서 원내대표인 내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법이 보장한 입법 심의권을 지켜야 한다고 직접 지시했다.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었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

지난 1월 6일 여야는 미디어 관련법과 금산분리 완화법, 사회개혁법 등 대부분 쟁점법안의 처리 방식을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해달라. “아주 단순한 것이다. 전에는 여당이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채 야당의 존재를 묵살하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도발한 전쟁은 승리하지 못했다. 그 결과 쟁점법안을 중심으로 처리 합의문이 이뤄진 것이다. 이건 휴전협약서가 아니라 정전협약서다. 국회 운영의 룰을 지키면서 해나가자는 것이다. ‘상정 시기를 정할 것이냐 정하지 않을 것이냐’ ‘처리 방법은 협의냐 합의냐’ 등등 딱딱 맞아떨어지는 문구들로 돼 있다.”

국민은 여야가 합의를 위해 노력하되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다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그런 점 때문에 협의와 합의를 구분했다. 협의 처리는 그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한다면 다수결 처리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합의 처리 하도록 노력한다’는 합의가 최고의 가치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안 된다는 뜻이다.”

원 대표는 ‘MB악법 저지 대회’에서 “이제라도 국회를 전쟁터가 아니라 대화와 토론의, 민의의 전당으로 제자리로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월 국회에서 이렇게 할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 대통령에 의해 지시되고 촉발된 입법전쟁은 국회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이것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1월 6일에 체결한 합의문은 상정 시기, 협의 처리냐 합의 처리냐를 다 규정했기 때문에 그대로만 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다만 벌써부터 정부나 여당이 (합의문을) 휴지쪽인 양 말하는 태도가 문제다.”

민주당은 미디어법·통신비밀보호법·복면금지법·금산분리완화 등을 ‘MB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디어법을 제외한 법안 대부분이 17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것이라고 알고 있다. “발의는 되었지만 상정이 안 된 것도 있고 야당이 반대해서 안 된 것도 있다. 17대 국회 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입법 처리 못한 것이다. 어쨌든 간에 내용 자체의 문제점은 토론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걸러져야 한다고 본다. 내용 문제도 있지만 (여당의 법안은) 흑백논리가 강화된 측면도 있다.”

정부 여당이 내놓은 법안을 통째로 ‘악법’으로 규정한 것은 너무 한 것 아닌가. “거칠게 보면 이번에 우리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우리가 홍보를 잘해서가 아니라 내용과 과정상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이 그렇게 반응했다고 본다. (정부 여당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홍보했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싸잡아서 악법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간조선 [2041호] 2009.02.09
/ 조성관 편집위원 map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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