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으로
  • 즐겨찾기 추가
  • 시작페이지 등록
  • twitter
  • facebook
공유하기

"60년 만의 귀향, 이 서글픈 영화는 언제쯤 끝을 맺게 될까요?"

 

 

한국전쟁 이후 포로 송환 과정에서 남도 북도 아닌 중립국 행을 택했다가 6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고향 땅을 찾게 된 김명복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의 고향 방문기는 ‘리턴 홈’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 영화는 2009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6년이 흘렀지만 이 고달프고 서글픈 영화가 언제쯤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할아버지가 고향인 평북 용천 땅을 밟게 되어야 비로소 영화를 끝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50년, 불과 열 네 살이었던 김명복 할아버지는 하루아침에 인민군으로 징집당해 전쟁터로 보내집니다. 몸에 맞지 않는 인민군복을 입고 한 달을 싸운 끝에 할아버지는 국군에 투항합니다. 그리고 거제도의 포로수용소에서 4년을 보냅니다. 정전협상이 마무리 되고 포로송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할아버지는 남도 북도 아닌 제 3의 중립국 행을 택합니다. 남과 북 어느 쪽도 택할 수 없었다는 당시 소년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남과 북 어디에서도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마치 최인훈의 소설 ‘광장’이 떠오릅니다.   

 

할아버지는 저를 만난 자리에서 얼마 전 있었던 남북 간의 긴장 상황을 떠올리며 다시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 내리셨습니다. 다시는 전쟁이 없이 평화적으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절절한 심정을 밝히셨습니다. 남북 간의 극적인 합의로 간신히 물꼬를 텄다고는 해도  남북관계는 아직도 꽉 막힌 상황입니다. 꽉 막힌 남북관계처럼 할아버지의 고향 행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면서 아무 도움을 드릴 수 없는 제 처지가 너무도 답답하고 한심해 보였습니다.

 

소설 ‘광장’에서 중립국 행 수송선을 탄 주인공 이명준을 향해 인도인 선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남기고도 항구를 떠나야 할 때가 있으니까”

 

중립국을 택한 76명의 전쟁 포로 중 이제 십 여 분만이 남았다고 합니다.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들은 한국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남겨 두고도 고국의 항구를 떠나야만 했던 그들에게 이제는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 생존하고 있는 실향민들도 이제 고작 6만 6천 여 명 정도만이 남았습니다. 모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어르신들입니다.

 

남과 북 모두 왜 갈라서야 했는지를 따지기 전에, 왜 다시 만나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런 실천도 없이 공허한 말로만 화해와 평화를 되뇌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 Previous : 1 : ···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 39 : ··· : 525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