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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민심과의 자가 격리 해제해야

 

 

메르스 파문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연일 고비를 강조하며 곧 메르스가 잡힐 것이라고 공언해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고비가 몰려왔고 급기야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 양치기 정부라는 새로운 별명을 붙이기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메르스 발병 초기에 했던 말들과 대책들이 전부 틀리거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날로 커지는데 급기야 정부 일각에서는 시민의식이나 간병 문화를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보는듯한 면피성 발언들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지적 할 수 있는 문제지만 메르스 조기 극복에 실패한 정부 당국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과연 메르스는 극복 할 수 없는 병인가? 차분히 생각해보면 메르스보다 더욱 위험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상존해 있다. 그럼에도 메르스 사태가 지금 이토록 우리의 뇌리를 짓누르는 까닭은 그것이 현재 이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운영능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물론 평가는 무능해도 너무 무능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은 메르스도 메르스거니와 불과 일 년 전 세월호 참사를 겪었음에도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어느 것 하나 나아지지 않은데서 나오는 것일지 모른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 화두가 되는 시대는 얼마나 불행한가. 그럼에도 정부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철저하게 민심과의 자가 격리를 실천하고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이전 정권과 야당을 인정하지 못하는 오만과 독선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어서 이번 메르스 사태 초기 정부가 취했던 무책임한 비밀주의 같은 것이 나오게 된다.

 

사스때는 이렇지 않았다. 세간의 말처럼 김치를 많이 먹어서 사스를 극복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대처가 훌륭했던 까닭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우리는 꽤나 괜찮은 국가안전 매뉴얼을 보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매뉴얼들은 사라진지 오래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외치던 분이 철저히 자기 방식으로, 자기 사람을 심어 다른 시도를 하는 와중에 어디론가 실종되어 버린 탓이다.

 

박근혜 정부는 전임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길을 그대로 따라 걸어갔다. 그 덕에 우리는 과거와는 달리 구제역이니, 메르스니 하는 감염사태에 대해서 국가 전체가 불안에 떠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는 독선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당장 눈앞에 놓인 메르스 퇴치뿐만 아니라 앞으로 닥쳐올 다른 종류의 위기들 속에서 지금과 같은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메르켈이 정권을 잡았을 때 독일 총선의 결과는 기민당 38.2%에 사민당 37.2%라는, 1포인트 차의 애매하고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때 메르켈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고집하거나 객관적 정세로부터 자가 격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사민당의 주요 아젠다를 받아들이고 너그러운 양보에 기반 한 대연정을 통해 자신의 정치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독일을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안전한 나라로 만들었다.

 

메르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메르스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 야당으로부터의 자가 격리를 택할 것인가? 실패하지 않는 정부는 없다. 그러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그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그러한 정부는 존재 자체가 이미 공포이며 불안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겸허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민심과의 자가 격리 상태를 해제해야 한다. 그것이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고 그 이후의 다른 위협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출발점이다.

 

 

*2015년 6월 19일 경기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기사원문: http://me2.do/Fi6lyF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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