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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영 칼럼] 역사는 취사선택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 문제를 고민하게 만드는 최근의 몇 가지 상황들

 

노골적으로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일본 아베정권에 대한 반감이 높은 상황에서, 동북아 역사문제에 대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노골적인 양비양시론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주요 관료가 한중일의 과거사 문제를 부질없는 논쟁으로 격하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납득하기 힘들고 대단히 부적절합니다. 미국이야 자국 이익에 따라 하는 말이겠지만 우리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강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자에 의해 중요한 역사문제가 멋대로 재단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될 테니까요.

 

미국의 뜬금없는 심판 노릇에 한편으로는 화도 나고 근본적인 회의도 느껴집니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역사는 승자 또는 강자들의 기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죠. 박근혜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향해 역사는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역사왜곡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미국 역사학계가 반응한 내용을 그대로 들려준 것인데 매우 지당한 지적입니다.

 

, 그렇다면 우리가 역사를 대하는 방식은 얼마나 올바를까요?

 

어제 조선의용대 마지막 분대장 고 김학철 선생의 삶을 다룬 삼일절 특집 다큐멘터리를 보며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습니다. 선생은 조선의용대의 마지막 분대장으로, 이역만리 중국 땅 허베이성의 타이항산 자락에서 일본군과 격전 중에 총상을 입고 포로가 되셨습니다. 일제는 다리를 치료해 주는 조건으로 전향을 요구했지만 끝내 거부하시고 다리 하나를 잃은 장애인으로 평생을 살게 됩니다. 일본 감옥에서 나온 후 신념에 따라 월북을 선택하지만 김일성 개인숭배를 용납하지 않고 분연히 맞서다가 결국 중국으로 망명합니다. 중국에서의 삶 또한 평탄치 않아서 마오쩌둥의 독재를 비판하는 소설을 쓰는 등 인권운동으로 10년간 감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나를 가리켜 독립운동가라 하지 말라. 몇몇 독립운동가라는 사람들이 얼마 안 되는 독립운동 경력을 두고 재탕, 삼탕 스스로 자랑 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1950년 이후로 인권운동가로 살아왔다. 평생을 반독재 일선에 살아온 것이다.”

 

김학철 선생께서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그야말로 별처럼 빛나는 품격과 양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생은 독립유공자 신청을 권유하는 주변의 제안을 모두 거부하셨고, 서울에서 지인들이 주선한 병원 검진을 받다가 문제가 생겨 위중한 상황에 처하자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셨습니다. 사회와 가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란 까닭이었습니다.

 

 

(SBS뉴스) 평생 일제·독재에 투쟁…파란만장 김학철 선생의 삶

 

우리는 그간 이러한 역사를 인정해 왔습니까? 단지 사회주의 계열의 무장투쟁단체라는 이유 만으로 조선의용대와 같은 독립운동단체들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리지 못한 것은 그 어떤 말로도 변명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오늘자 한 일간지에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인터뷰가 실렸는데 내용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박정희의 좌익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반공을 국시로 한다는 조항을 5.16혁명 공약에 첫번째로 넣었다간단히 지나치기 힘든 말입니다. 이 나라에서 반공이 제1의 국시처럼 된 것은 국민적 합의나 역사의 심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취사선택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감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제라도 우리들 스스로의 역사를 온전히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스스로 떳떳해지는 길이고 시대착오적인 이념갈등을 종식하는 한 방편일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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