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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기고글입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반쪽짜리 지방자치"

 

소아시아에 있는 ‘프리기아’라는 나라에 고르디우스라는 가난한 농부가 있었다. 예언에 의해 왕이 되고 나서 자신의 짐마차를 굵은 밧줄로 단단히 매듭지었다. 여기에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장차 드넓은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라는 신탁을 걸었다. 이후 수많은 인물들이 이 매듭을 풀려고 했는데, 단 한 사람도 풀지 못했다. 프리기아에 진군한 알렉산더대왕이 칼을 뽑아 매듭을 내리쳤다. 매듭이 끊어져 풀어졌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무엇인가. 주거문제, 교육문제, 교통문제, 환경문제, 보육문제, 노령화문제, 청년실업문제 등 모든 삶의 문제는 지역에서 표출되고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데, 중앙차원의 행정이든 지방정부의 행정이든 공급자 위주의 접근으로 문제해결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피터드러커 강의’라는 책 중간에 이런 표현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은 대부분 매우 구체적인 문제들이다. 그것들은 매우, 진정 매우, 좁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문제해결 조직을 필요로 한다.” 과연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의 문제를 포착하고 해결하는 도구를 갖추고 있는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성과로서 1991년 부활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지방자치가 벌써 스물 두 살 청년이다. 특히 내년에는 6·4 지방선거가 있다. 직선으로 뽑힌 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은 시민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방의 편에 서서, 지역시민의 편에 서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부족한 환경에도 지방자치를 발전시킨 것은 그나마 시민과 함께 지방행정을 일군 혁신 단체장들과 혁신 지방의원들, 지방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공로이다. 그러나 혁신 단체장들과 의원들, 지방의 시민사회는 ‘반쪽 지방자치제도’라는 벽에 가로막혀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반쪽이다. 입법, 사법, 재정권의 분권도 반쪽이고 시민참여 주민자치도 반쪽이다.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일을 내가 결정하는 것’ 이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이고 민주주의의 기초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내 지역이 아닌 중앙에서, 시민의 자주적 참여가 아닌 권력정치와 기득권세력이 결정했다. 



지방자치시대라고 하지만 주민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정책결정이나 예산편성에 참여하기 어렵다. 정보접근조차 쉽지 않다. 지방자치, 주민자치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의 행정·재정적 권한을 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분권도 중요하지만 주민이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치주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반쪽 지방자치, 문제해결 수단이 박탈되어 기대와 원망이 뒤범벅된 지방자치, 중앙권력정치의 시녀로 시민의 외면을 받는 지방자치의 복잡한 매듭, 누가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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